디데이 앱 Days+를 만들어 출시하고 조용히 망한 기록. 7편짜리다. 각 편은 따로 읽어도 된다. 1편부터 보기

1편에 디데이 앱을 고른 이유를 이렇게 썼다. 제미나이랑 뭐 만들까 이런저런 얘기하다 나왔다고.

그 대화를 찾아보려고 구글 계정에서 제미나이 대화 기록을 통째로 내려받았다. 1,522건이 나왔다.

그 대화가 없다.

기록은 1월 20일에 시작한다

계정에 남은 제일 오래된 대화가 1월 20일이다. 내용은 AI CLI 설치법이고, 그날 기록은 전부 설치와 설정이다. 앱 얘기는 없다.

Days+ 첫 커밋이 그다음 날이다.

디데이 앱이 대화에 처음 나오는 건 사흘 뒤인데, 그 문장이 “Day Counter 앱을 개발중이야” 로 시작한다. 이미 만들고 있다.

그러니까 “뭘 만들까” 대화는 기록에 없다. 저장이 그전엔 꺼져 있었거나, 다른 데서 했거나, 애초에 그런 대화가 길지 않았거나다.

나는 세 번째 같다. 재지 말고 바로 만들자고 정한 기억과 맞는다.

앱 이름보다 광고가 10분 빨랐다

그날 저녁 20분 사이에 세 가지를 연달아 물었다.

먼저 애드몹 계정을 만들고 앱에 붙이는 절차를 물었다. 지금은 샘플 ID로 작업해뒀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10분 뒤에 앱 이름을 추천해달라고 했고, 다시 10분 뒤에 참고하고 싶다며 경쟁 앱 스토어 링크를 하나 붙였다.

이름도 안 정한 앱에 돈 받을 준비를 먼저 하고 있었다.

경쟁 앱을 아예 안 본 것도 아니다. 그날 하나 열어보긴 했다. 다만 본 건 카드형 UI를 어떻게 만들었나였다. 그 앱 리뷰가 몇 개인지, 이 시장이 어떤 시장인지는 보지 않았다.

지금 보면 이 세 질문이 이 앱의 여섯 달을 그대로 압축하고 있다. 돈 받을 준비를 먼저 하고, 이름을 정하고, 화면을 어떻게 이쁘게 만들지를 봤다. 시장을 본 적은 없다.

8일차에 벌써 다음 앱을 물었다

첫 커밋에서 여드레째 되는 날이다. 만들던 앱은 출시까지 두 달이 넘게 남아 있었다.

그날 물어본 건 Days+ 다음에 뭘 만들지였다. 개발 규모는 이 정도면 좋겠고 수익화하기 적당한 앱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지금 만드는 걸 어떻게 알릴지는 그날도, 그 뒤로도 물어본 적이 없다.

같은 날 리포에 수익화 전략 문서가 생겼는데, 거기 첫머리에 이 앱의 성격을 이렇게 정의해뒀다. D-Day 카운터 유틸리티 앱 — 짧은 세션, 잦은 재방문.

디데이 앱은 위젯을 한 번 세팅하면 앱을 다시 안 켠다. 잦은 재방문이 아니라 재방문이 없는 앱이다. 실제로 설치 다음 날 남는 사람이 10.96%였고 열흘 뒤엔 0%가 됐다. 그 틀린 전제 위에 광고 배치표를 우선순위까지 매겨서 얹은 게 개발 8일차다.

레드오션이라는 말을 두 달 전에 들었다

2월 초, 기능이 얼추 다 들어간 시점에 기능 목록을 쭉 적어 보내고 출시 전 냉정한 평가를 부탁했다.

답의 두 번째 항목 제목이 “냉정한 현실: 시장의 높은 벽"이었다.

D-day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 중의 레드오션입니다. ‘The Day Before’ 같은 거대 앱들과 싸워야 합니다.

수익화에 대해서도 단순 유틸리티 앱은 광고 단가가 낮은 편이라고 적혀 있었다. 종합 점수는 8.5점이었고, 결론은 이제 심미성과 안정성 싸움이라는 거였다.

나는 뒷부분만 가져갔다. 그래서 화면을 다듬었다.

나중에 ASO를 하면서 경쟁 앱을 제대로 조사했다. 리뷰 수 기준으로 TheDayBefore가 4만이었다. 그때 나는 그 이름을 처음 보는 것처럼 봤다. 조사하는 데 하루가 안 걸렸다.

그리고 그날 오후에 또 다음 걸 물었다

레드오션이라는 말을 들은 그날 오후에, 다음 프로젝트로 뭘 해서 수익을 낼지 물었다. 십몇 분 뒤에는 딱히 이거다 싶은 게 없다고 답했다.

출시 일주일 전에도 차기작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며 얘기를 꺼냈다.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이 앱을 누가 왜 쓸지 물어본 기록은 없다. 다음에 뭘 만들지 물어본 기록은 출시 전에만 세 번 있다.

기획서라고 할 만한 게 리포에 처음 생긴 건 출시하고도 두 달이 더 지나서다.

정하는 데 시간을 안 쓴 게 문제가 아니다. 접힌 토이 프로젝트가 여럿인 사람이 빨리 시작한 건 합리적이었고, 이번엔 실제로 완성해서 냈다.

문제는 두 달 전에 받은 경고를 넉 달 뒤에 다시 발견한 거다.